미국, 국제형사재판소 전체 제재 임박…이스라엘 수사 대응 조치

2025.09.23
미국, 국제형사재판소 전체 제재 임박…이스라엘 수사 대응 조치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복수 외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범죄 의혹 수사에 따른 강력한 대응 조치로 분석된다.

로이터 통신이 22일 현지시간 사정에 밝은 소식통 6명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워싱턴 당국은 헤이그 소재 ICC 기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재안을 빠르면 이번 주 내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판소 전반에 대한 제재 방안이 논의 중임을 시인했으나, 정확한 실행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ICC가 우리 국익에 지속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 미군과 관련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다만 구체적인 추가 대책의 성격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재판소 측에서도 미국의 전면 제재 움직임을 감지하고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ICC 내부에서는 포괄적 제재가 기관 운영에 미칠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비상 회의가 개최됐으며, 일부 회원국 외교관들도 별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재판소 기능에 심각한 마비가 우려된다. 직원들의 월급 지급부터 금융기관 거래, 업무용 소프트웨어 운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ICC는 선제적 방어 조치로 연말까지 지급 예정이던 직원 급여를 이달 중 조기 지급하는 한편, 금융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공급사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은 지난해부터 ICC의 이스라엘 관련 수사에 단계적 제재로 맞서왔다.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후 트럼프 정부는 카림 칸 검사장을 시작으로 판사와 부검사 등 핵심 관계자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포함한 80여 명의 미국 비자를 무효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2002년 창설된 ICC는 집단살해와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을 담당하는 상설 국제사법기구로 현재 125개국이 가입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는 비회원국이지만, ICC는 회원국인 팔레스타인 영토 내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ICC 일부 회원국들은 이번 주 뉴욕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제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워싱턴이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고위 외교관은 "개인 단위 제재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이제는 미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 여부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