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 견제 목적으로 4년 전 철군과 함께 포기했던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탈환을 본격 추진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천명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탈레반으로부터 바그람 기지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이 ▲중국 국경 관찰 ▲아프간 희토류 개발 진출 ▲이슬람국가(IS) 대상 대테러 거점 확보 ▲외교공관 재설치 필요성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급 바그람 공군기지를 탈레반에 무상으로 내줬으며, 현재 회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기지를 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중국 핵무기 제조 지역에서 1시간 거리라는 점"이라며 전략적 가치를 부각시켰다.
바그람 기지는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래 20년간 미군의 핵심 거점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2021년 급작스러운 미군 철수로 아프간 정부군이 붕괴되면서 탈레반 손에 넘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로이터는 현직·전직 관료들을 인용해 "바그람 재점령은 사실상 아프간 재침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기지 확보에는 1만 명 이상의 병력과 첨단 방공 체계가 필요하며, 보급 및 유지 비용까지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직 국방 관료는 "중국과 인접하다는 지리적 장점보다 위험 요소가 더 크다"며 탈레반과 협상으로 기지를 확보하더라도 IS·알카에다의 공격 위험과 이란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철군 당시에는 카불 공항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과 민간인 170여 명이 사망하며 '현대사의 치욕'으로 불렸다. 국무부는 2023년 보고서에서 "바그람 기지 포기 결정이 카불 공항을 유일한 대피 경로로 만들어 혼란을 증폭시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집권했더라면 바그람에 소수 병력을 남겨 통제권을 지속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 방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2020년 탈레반과 전면 철수를 약속한 상황에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공백을 메우며 탈레반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국의 복귀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압박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