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합작으로 12억달러(약 1조6천억원) 규모의 해외 광산 개발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와 광업 전문 민간 투자회사인 어라이언 리소스 파트너스가 각각 6억달러씩 출자해 총 12억달러 규모의 해외 광산 개발 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양측 간 논의는 작년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 대부분의 쟁점사항이 해결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투자 펀드는 국방산업과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구리와 희토류 금속 등 핵심 광물을 채굴하는 해외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 측 투자금 6억달러 중 1억달러는 광산 프로젝트의 지분 취득에, 나머지 5억달러는 대출 형태로 활용될 계획이다. 다른 연방정부 기관들과 해외 국부펀드들의 추가 참여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번 펀드 조성이 실현될 경우 DFC 역사상 광업 분야 최대 규모 투자가 된다. DFC는 이전에 광업 스타트업 테크메트에 1억500만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 희토류 사업에 5천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광물자원 '무기화' 전략에 맞서는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제·가공 부문에서는 92%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23년부터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의 수출 제한을 시작했고, 올해에는 텅스텐,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몰리브덴 등 광물 5종과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관련 광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게르마늄 가격은 2023년 초 킬로그램당 1천달러에서 최근 5천달러로 5배 상승했고, 갈륨은 톤당 290달러에서 1050달러로 3.6배, 안티모니는 톤당 9575달러에서 3만2500달러로 3.4배 뛰었다. 일부 미국 방산업체는 전투기 엔진용 고성능 자석 제작에 필요한 사마륨을 기존 표준 가격의 60배에 조달하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핵심 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금융 수단을 본격 동원하고 있다"며 "막대한 규모의 자본이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FC는 "행정부의 핵심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필수 광물 공급망 다변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원 인준 절차가 진행 중인 벤 블랙 DFC 최고경영자 내정자가 취임하면 민간 부문과의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