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바이든 초상 대신 자동서명기…트럼프의 '전대미문' 대통령 예우법

2025.09.25
백악관에 바이든 초상 대신 자동서명기…트럼프의 전대미문 대통령 예우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웨스트윙에 새롭게 마련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서 전례 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이 공간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진만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자동 서명 장치인 '오토펜' 사진을 배치한 것이다.

현지시간 24일 백악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45대와 47대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 사이에 46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얼굴 대신 오토펜이 그의 서명을 작성하는 장면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시물들을 응시하는 모습까지 공개하며 상황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후보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신적 역량 관련 의혹과 직결된다. 특히 로봇 팔에 펜을 장착한 자동 서명 장치를 통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마치 생각 없이 서명만 하는 기계 같은 존재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의 판단력 약화 상황을 이용해 오토펜을 활용하여 은밀히 각종 정책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수사를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한 3월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아들 헌터와 공화당 내 반트럼프 인사들을 대량 사면한 조치에 대해 "직접 서명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 측은 "재임 기간 중 모든 사면 결정, 행정 지시, 법률 제정 등은 본인이 직접 판단하여 내린 것"이라며 강력히 반박해왔다. 또한 자동 서명 장치 사용은 수십 년간 양당 행정부에서 대량 문서 처리나 부득이한 상황에서 활용되어온 합법적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백악관이나 관련 기관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본인 모르게 내려진 결정이 있었다는 구체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미 법무부 역시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모두 수십 년간 오토펜을 사용해 각종 공식 문서에 서명해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명예의 거리 조성 외에도 로즈가든에 대리석 바닥재를 설치하여 연회장으로 개조하는 등 백악관 전반의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각료진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새로운 대통령 명예 전시 공간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