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웨스트윙에 새롭게 마련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서 전례 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이 공간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진만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자동 서명 장치인 '오토펜' 사진을 배치한 것이다.
현지시간 24일 백악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45대와 47대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 사이에 46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얼굴 대신 오토펜이 그의 서명을 작성하는 장면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시물들을 응시하는 모습까지 공개하며 상황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후보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신적 역량 관련 의혹과 직결된다. 특히 로봇 팔에 펜을 장착한 자동 서명 장치를 통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마치 생각 없이 서명만 하는 기계 같은 존재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의 판단력 약화 상황을 이용해 오토펜을 활용하여 은밀히 각종 정책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수사를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한 3월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아들 헌터와 공화당 내 반트럼프 인사들을 대량 사면한 조치에 대해 "직접 서명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 측은 "재임 기간 중 모든 사면 결정, 행정 지시, 법률 제정 등은 본인이 직접 판단하여 내린 것"이라며 강력히 반박해왔다. 또한 자동 서명 장치 사용은 수십 년간 양당 행정부에서 대량 문서 처리나 부득이한 상황에서 활용되어온 합법적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백악관이나 관련 기관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본인 모르게 내려진 결정이 있었다는 구체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미 법무부 역시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모두 수십 년간 오토펜을 사용해 각종 공식 문서에 서명해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명예의 거리 조성 외에도 로즈가든에 대리석 바닥재를 설치하여 연회장으로 개조하는 등 백악관 전반의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각료진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새로운 대통령 명예 전시 공간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