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회원국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하는 세율을 15%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세율은 지난 8월 1일자로 역산 적용되며, 이후 더 높은 세금을 납부한 업체들에게는 차액 반환이 이뤄진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연방 관보 정식 발표에 앞서 이같은 세율 변경 사항을 예고했다. 관련 문서에는 EU산 차량 수입에 대해 현행 27.5%에서 15%로 12.5%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 이는 유럽측이 미국산 제조업 제품에 대한 세율 철폐와 일부 농수산물 특혜 시장 진입을 위한 법안 준비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

EU는 이미 지난달 28일 해당 법안 초안을 공개하며 필요한 사전 절차를 마친 상황이다. 양측은 지난 7월 21일 자동차 세율 15% 적용에 관한 통상 협정 공동 발표문을 내놓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5일 행정 지시를 통해 EU 상호 세율 조정을 공약한 바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특정 의약품 원료와 항공기 관련 부품에 대한 세금 면제 규정도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주식은 이 소식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포르쉐 주가는 2.2% 상승했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각각 1.4%, 1.1% 오름세를 기록했다.

앞서 일본 역시 지난 16일부터 동일한 15% 세율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주요 경쟁국들이 모두 낮아진 세율 혜택을 누리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25% 고율을 부담하게 되어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말 차량 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미국과 원칙적 동의를 이뤘지만,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방식 등을 둘러싼 후속 논의에서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25%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뉴욕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양국 이익 부합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길 기대한다"며 "한국의 경제 규모와 외환 시장은 일본과 크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베센트 장관은 "무역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충분히 경청했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경쟁국 대비 불리한 세율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7~8%에서 6~7%로 하향 조정하며 세율 영향을 반영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