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 영토 탈환 가능" 발언에 러시아 "곰은 종이가 아니다" 맞받아쳐

2025.09.24
트럼프 "우크라이나 영토 탈환 가능" 발언에 러시아 "곰은 종이가 아니다" 맞받아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영토 복구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를 '페이퍼 타이거'로 비하한 것에 대해 모스크바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호랑이가 아니라 곰의 상징을 가진 나라"라며 "종이로 만든 곰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진정한 곰"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트럼프가 전날 "진짜 군사 대국이었다면 7일 내에 끝낼 수 있었을 분쟁을 3년 6개월째 의미 없이 지속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종이호랑이에 빗댄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이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뒤 지속적으로 "전쟁 종료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 침공 이후 러시아 점령 지역 일부를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에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그는 "시간과 끈기, 그리고 유럽연합과 나토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가 전쟁 개시 당시의 본래 국경선을 되찾는 것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전선 상황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목적을 완수하고 국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 향후 여러 세대를 위한 조치로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복원력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급속한 2년간의 성장 이후 경기 하락과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긴장 상태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트럼프는 러시아 항공기들이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의 영공을 무인기로 반복 침해하는 것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나토 회원국 영공에 러시아 군용기가 침입할 경우 격추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명확히 답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세계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군비 증강을 경험하고 있다며 푸틴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은 푸틴이 전면 침공과 총력전을 개시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단결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진정한 대러 압박 강화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협상 중재 실패 후 전쟁에서 거리를 두려는 신호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외교 당국자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전쟁 중재에서 손을 빼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