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무역협상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 누려온 특별혜택을 더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그간 중국의 개도국 자격 남용을 문제 삼으며 지위 포기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24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향후 모든 WTO 무역협상에서 새로운 특별·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리 총리는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며, 이번 발언은 중국이 주최한 별도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중국의 결정에 대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랜 기간 노력한 성과"라며 "이 사안에서 보여준 중국 지도부의 결단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WTO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무역규범 적용 유예, 무역자유화 의무 경감, 기술·자금 지원, 농업·식품안보 등 특정 영역의 보호조치 같은 우대혜택(SDT)을 제공하고 있다. 개도국 인정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회원국이 스스로 개도국임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해당 지위를 얻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당시 개도국으로 등록했으나, 가입 24년 후인 2019년 10월 해당 지위를 공식 포기했다. 당시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력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중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은 개도국 특권 악용을 지적하며 WTO 개혁을 촉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중국이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인 2019년부터 중국을 비롯한 경제적 여력을 갖춘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통상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자발적 포기를 촉구해왔다.
로이터통신은 리창 총리의 이번 선언에 대해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불 조치로 세계 양대 경제국 간 통상 분쟁이 격화된 이후 나온 조치"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WTO 개도국 우대 포기는 통상협상에서 미국과의 갈등 요인을 제거하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WTO 체계상 개도국 우대 규정은 약 15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품과 보조금 등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허용해 WTO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수입 급증 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특별긴급수입제한조치 활용이나 쌀, 고추, 마늘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감축 의무를 면제받는 혜택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