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방문이 예정보다 지연되는 가운데, 베이징 당국이 방문 성사의 전제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워싱턴의 공식 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전화협의 후 내년 상반기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제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진핑 정부 내부 정보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미국 정부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국무부 팩트시트에서 해당 문구를 제거한 것에 대한 중국의 강한 반발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유보하는 등 개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위한 4억 달러 규모의 방어 지원 패키지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간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 협상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희토류 수출 제한과 반도체 기술 이전 규제, 그리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 등 복잡한 현안들이 얽혀 있어 단기간 내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두 정상의 만남은 6년 만의 대면 회담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가 양국 간 '빅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 완화와 관세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시점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본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