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의를 앞두고,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지위 인정을 지지하는 세력과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진영 사이에 격렬한 외교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외교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전화 회담 내용을 공개하며, 22일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공식 인정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지역의 극도로 위급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테러 이후 시작된 무력 충돌은 거의 2년째 지속되며 가자지구에서 약 6만 5천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서구 주요 국가들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근거로 휴전을 촉구해왔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완전 점령과 하마스 완전 제거라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프랑스의 움직임에 이어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팔레스타인을 주권국으로 인정함으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국 공존 방안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결정이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의 안보와 평화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종합적 평화 구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의 확고한 후원국인 미국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미국 행정부는 유엔 총회 참석을 계획했던 아바스 수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관리 80여 명의 입국 비자를 전면 취소하거나 발급을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미국의 입국 금지 조치로 총회장에 직접 참석할 수 없게 된 아바스 수반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화상 연설을 대안으로 추진했다. 유엔 총회는 19일 팔레스타인 고위 관료들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할 경우 유엔 회의에 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을 145개국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5개국이 반대했고 6개국이 기권했다.
미국 측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오슬로 협정을 준수하지 않고 평화 전망을 해치고 있으며, 하마스 테러를 명확히 비난하지 않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47년 유엔본부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각국 외교관들의 뉴욕 유엔본부 접근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의 견고한 관계를 재차 부각시키며, 일부 서방국들이 팔레스타인 편에 서더라도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6일 유엔 총회 연설 후 29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총회 기간 중에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개최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의 미래' 주제 국제회의도 열린다. 취임 후 첫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팔레스타인 관련 회의에는 다른 고위급 정부 인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유엔 총회의 '2국가 해법 지지 결의안' 표결에서 한국은 미국과 달리 찬성표를 던져 142개국 찬성으로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