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오후 9시(한국시간) 약 3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 정상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8시부터 통화를 시작했으며,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도 이날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회담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대화는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제4차 미중 고위급 경제무역 회담에서 주요 현안들에 대한 기초적 합의가 도출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운영권 이전 문제에서 양국이 원칙적 동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최종 확정하는 차원에서 최고지도자 간 직접 소통이 성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전날 영국 버킹엄셔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협의가 매우 근접한 단계에 왔다"며 "현재 여건을 바탕으로 관세 부과 연기 조치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이번 거래를 성사시킨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수료를 확보하게 된다"며 틱톡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양국은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첫 무역 대화에서 상호 부과된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후 90일 단위로 이 조치를 연장해오고 있다. 현재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은 11월 10일까지로 설정되어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협상 진전에 따라 추가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틱톡 사안의 경우, 중국 바이트댄스가 보유한 대주주 지분을 미국 기업들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앤드리센 호로위츠, 실버레이크 매니지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약 80% 지분을 확보하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미국 내 사업권을 운영하는 안이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으로 미국을 사랑하는 합법적 기업들이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통화에서는 틱톡 외에도 희토류 및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인공지능 칩 관련 엔비디아 사안 등 다양한 쟁점들이 다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최근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구글 관련 조사는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에서의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 정상 간 직접 대화는 오는 10월 31일부터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점도 의미가 크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약 11년 만으로 예상되며, 이 기회를 통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통화에서 시 주석의 중국 방문 초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어, 연내 또는 내년 초 베이징 방문 계획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통화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대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 긴장 완화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