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말 한국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하기로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전화협의 후 자신의 SNS에 "시 주석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했고, 양측 모두 이번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첫 미중 정상 대면이 한국 땅에서 성사되게 됐다.
두 정상의 직접 회동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이며, 미중 정상이 함께 한국을 찾는 것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펼쳐지는 APEC 정상회의는 세계 안보와 통상의 향방을 좌우하는 미중 정상의 만남으로 인해 올해 최대 외교 무대로 주목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내가 내년 상반기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적절한 때에 미국을 찾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실현되면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8년여 만에 이뤄진다.
양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통상, 펜타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필요성, 틱톡 사업권 매각 승인 등 핵심 현안들에서 상당한 진척을 봤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했다. 특히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양도 문제에서는 사실상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승인에 감사하며, 그는 신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도 이번 통화를 "실용적이고 긍정적이며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 주석은 "미국은 일방적 통상 제재 조치를 삼가야 한다"며 "수차례 협상을 통해 이룬 성과에 타격을 주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경주 회동과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미중 간 '관세 전쟁', 반도체·희토류 수출 규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 등 주요 갈등 요소들에 대한 해법이 모색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중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이후 11년 만으로, 국빈 방문 형식으로 서울에서 별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한 미중 간 '가교' 역할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