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 3대, 에스토니아 영공 12분 무단침입…나토 조약 4조 긴급발동

2025.09.19
러시아 군용기 3대, 에스토니아 영공 12분 무단침입…나토 조약 4조 긴급발동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에스토니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이 현지시각 19일 또다시 발생하며 유럽 내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고 있다. 러시아 미그-31 전투기 3대가 에스토니아 영공에 무허가로 진입해 12분간 체류하는 전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예 공군기들의 침입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항공기들은 비행계획서 미제출, 항공기 식별장치 작동중단, 항공관제소와의 교신 거부 등 의도적 침범 정황을 보였다. 미국 당국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해당 구역을 수십년간 운항해온 점을 고려할 때 우발적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침입이 감지된 즉시 나토의 '동부전선 감시경계' 체계가 가동됐다. 에스토니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공군 F-35기가 즉각 요격 임무를 수행했으며,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속대응 전투기들도 연쇄 출격했다. 이 감시작전은 최근 러시아 무인기의 폴란드 영공침입 사태에 대응해 나토가 지난 12일 새롭게 시작한 방어체계다.

에스토니아는 자체 전투항공기를 보유하지 않아 나토 회원국들이 발트해 공중초계업무를 순환 담당하고 있다.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금년에만 벌써 네 번째 영공침해이며, 복수 전투기가 동시에 관여된 이번 사건은 극도로 대담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그는 "러시아의 점증하는 국경선 탐색행위와 공세적 태도에 즉각적인 정치·경제 압박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이날 오후 나토 조약 제4조 발동을 공식 요청했다. 회원국의 영토보전이나 안전보장이 위협받을 경우 긴급협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에 따라 나토는 내주 초 특별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폴란드가 지난 10일 드론침입 직후 4조를 발동한 데 이어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아홉 번째 사례가 됐다.

유럽연합 지도부도 연일 강력한 성토를 이어갔다. 에스토니아 총리 출신인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극단적으로 위험한 도발행위"라며 "푸틴이 서구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취약함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9차 대러 제재방안을 공개하며 "위협수위가 상승하면 우리의 압박강도도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사태는 최근 러시아 군항공기들의 연쇄 영공침해로 동유럽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난 9~10일 러시아 무인기 19대가 폴란드 영공을 무단횡단했고, 14일에는 러시아 '게란' 드론이 루마니아 상공을 50분간 선회비행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반복적 영공침해가 계획적이며 나토 동부방어선의 대응역량을 검증하려는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현재까지 에스토니아 관련 사안에 대해 어떠한 공식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