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황금주' 발동으로 US스틸 공장 폐쇄 계획 무산

2025.09.20
트럼프 정부, 황금주 발동으로 US스틸 공장 폐쇄 계획 무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별한 거부권을 보유한 '황금주'를 실제로 발동시켜 US스틸의 국내 제철소 운영 중단 방침을 저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기업의 경영 결정에 직접 개입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들이 19일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US스틸은 이달 초 일리노이주 그래니트시티 소재 제철소 직원 약 800명에게 11월부터 생산 활동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회사 측은 작업은 멈추더라도 임금은 계속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전달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즉시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러트닉 장관은 "행정부가 제철소 운영 중단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황금주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명확히 전했다.

결국 US스틸은 당초 발표를 번복하며 "그래니트시티에서 강판 가공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로써 철강 압연 공정이 예정대로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한 황금주는 지난 6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다. 이 특별 지분은 비록 1주에 불과하지만 본사 이전, 대규모 투자, 주요 시설 폐쇄 등 핵심 경영 사안에서 절대적인 거부권을 갖는다. 특히 이 권한은 대통령 개인 명의로 보유되며, 임기 만료 시에는 후임자가 아닌 관련 정부 부처로 이양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철강 산업 근로자들의 정치적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부터 그래니트시티 제철소를 미국 철강업 부활의 상징적 사례로 언급해왔다. 100년 이상 가동된 이 시설은 연간 300만톤의 강판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2023년부터는 타 공장에서 제작된 강재를 들여와 가공하는 방식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인수 당시 그래니트시티 제철소의 생산 역량을 최소 2027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전미철강노동조합은 처음부터 이 약속을 불신하며 인수 자체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노조 측은 이번 가동 중단 계획 역시 일본 기업이 미국 내 생산 지속 공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센 비판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민간 영역에 대한 정부 통제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텔 지분 10% 취득을 발표했으며, 엔비디아와 AMD 역시 중국 반도체 판매 허용 조건으로 현지 매출액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일본제철 입장에서는 141억달러를 투입한 대형 인수가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제약에 직면하게 됐다. 향후 생산 최적화나 구조조정 등 경영상 필요한 결정들도 정치적 고려사항에 따라 제한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