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긴축재정 반대" 외침

2025.09.19
프랑스 전역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긴축재정 반대" 외침

프랑스 전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의 재정 긴축 방침에 분노한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거대한 항의 물결을 일으켰다. 지난 10일 '전면 차단 운동'에 이어 일주일 만에 더욱 강력한 규모로 재현된 집회였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7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저항 움직임이 펼쳐져 약 50만6000명이 거리에 나섰다. 그러나 집회를 조직한 노동총연맹(CGT)은 참여 인원을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주일 전 20만명 규모였던 시위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다.

수도 파리에서는 바스티유 광장을 시작으로 레퓌블리크 광장을 거쳐 나시옹 광장까지 대행진이 이어졌다. 철도 종사자, 의료진, 교육자, 약사, 문화계 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참가자들이 색색의 깃발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 곳곳에서는 '부유층에게 세금 부과를', '마크롱 사임'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위와 동반된 전국적 파업으로 사회 기능이 거의 정지됐다. 파리교통공사 소속 4개 주요 노조의 동참으로 자동 운행 지하철 3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전철이 운행을 중단했다. 프랑스 국철공사 역시 고속열차를 제외한 지역 간 열차 운행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 3분의 1과 중고등학교 교직원 45%가 업무를 거부하며 수십 개 학교가 폐쇄됐다. 약국의 80~90%가 문을 닫았다.

정부는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과 헌병 8만명을 투입하고 드론, 장갑차, 급수차 등을 배치했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로 309명이 체포되고 134명이 구속됐으며, 진압 과정에서 치안 요원 26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보육 시설 운영자 실비 씨는 "공공 부문 근로자 임금은 매우 낮은 수준인데도 높은 국가 부채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마크롱 대통령의 기업 감세 정책이 국가 재정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건설 업계 종사자 상드린 씨는 "주주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데 노동자 소득은 정체 상태"라며 "이는 사회 정의와 조세 공평성에 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략 컨설턴트 엘루아 씨는 "마크롱의 정책은 사회 불평등을 확대시킬 뿐이며 항상 가장 빈곤한 계층을 겨냥해 최상위층에게 혜택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번 저항은 전임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제시한 4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약 방안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5.8%로 EU 한계선인 3%의 거의 두 배에 달하자 공공 서비스 예산 삭감, 연금 축소 등이 포함된 긴축안을 발표한 것이다.

바이루 내각이 의회 불신임으로 붕괴한 후 새롭게 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공휴일 축소안을 철회하며 일부 양보했으나, 반발은 지속되고 있다. CGT의 소피 비네 위원장은 "오늘 르코르뉘 총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이 거대한 분노"라며 "신속한 대응이 없다면 더욱 큰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성명을 통해 "노조 대표들과 시위 참가자들이 제기한 요구사항들을 협의 과정에 반영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폭력은 정당한 정치 행동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법질서 위반에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신뢰도는 15%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당시보다도 낮은 수치다. 야당들은 르코르뉘 총리 역시 마크롱 측근이라며 실질적 변화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