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지역에서 지난해 11월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7사단 소속 故 조종호 이등상사로 최종 확인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고인은 1950년 12월 대구 1훈련소를 통해 입대한 뒤 국군 7사단에 편성되어 한국전쟁 기간 동안 치열한 전투를 경험한 베테랑 군인이었다. 평창군 하진부리 인근 교전을 시작으로 인제군 현리 작전, 양구군 백석산 격전, 크리스마스고지 쟁탈전, 선우고지 전초진지 작전 등 수많은 전선에서 용맹을 떨쳤다.
1953년 7월 25일, 휴전협정 체결을 단 이틀 앞둔 상황에서 고인은 적근산-삼현지구에서 벌어진 마지막 격전에서 25세의 젊은 나이로 장렬히 산화했다. 이 교전은 국군 7·11사단이 중국인민지원군 4개 사단의 맹공을 저지하며 반격작전을 통해 전선을 확정짓는 중요한 공방전이었다.
전장에서 보여준 뛰어난 무공을 인정받아 고인에게는 1954년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되었다. 이번 신원 판별이 가능했던 것은 아들 조정원(76) 씨가 2009년 4월 영동군보건소에서 실시한 유전자 검체 채취 덕분이었다.
당시 생존해 있던 모친 故 권막분 여사는 남편의 유해를 찾아 함께 현충원에 안장되기를 평생 염원했다고 전해진다. 과거 제도상 영정이나 위패로만 봉안된 이의 배우자는 위패로도 동반 안장이 불가능했으나, 2017년 국립묘지법 개정으로 2019년 별세한 권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될 수 있었다.
현재 건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정원 씨는 "부친의 유해를 발견하게 되어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며 "모친의 숙원대로 부친을 찾았으니 이제 현충원에서 합장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감회를 드러냈다.
유가족의 희망에 따라 대전광역시 중구 조 씨의 거주지에서 개최된 호국영웅 환향 의식에서 국유단 조해학 중령은 고인의 복무 이력과 유해 발굴 과정을 설명하며 신원확인서와 호국영웅 귀환 패가 포함된 '호국의 얼 함'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번 확인으로 고인은 올해 신원이 판명된 12번째 호국 영웅이 되었으며,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 개시 이후 가족의 곁으로 돌아간 국군 전몰자는 총 260명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