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의 주요 투자사인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인수업체가 확정되기까지 기존에 폐쇄를 예정했던 15개 점포의 운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집중 협의 결과로 나온 이번 결정은 대규모 고용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의 개별 면담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인수 대상자가 최종 선정될 때까지 해당 점포들의 영업 중단은 없을 것이라는 명확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의에 참여한 김남근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인수 교섭을 11월 10일경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일정이 제시됐으며, 새로운 소유주가 결정되면 향후 점포 운영 방향은 해당 인수기업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MBK 측은 점포 운영 연장에 대해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근 의원은 "자금 운용상의 제약으로 인해 특정 요건들이 충족되어야만 점포 폐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 전달됐다"며 "특히 주요 공급업체들의 납품 차질 문제가 핵심 과제로 거론됐으며, 이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에 나서 관련 기업들과의 조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당초 임대료 재조정 협상이 결렬된 68개 임대 점포 중 15곳을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폐쇄할 계획이었다. 11월 16일 경기 수원 원천점,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 울산 북구점, 인천 계산점 등 5개 점포를 먼저 폐쇄하고, 이어 서울 시흥점과 가양점을 비롯해 경기 일산점, 안산고잔점, 화성동탄점, 충남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북 전주완산점, 부산 감만점, 울산 남구점 등 10곳을 12월 중 폐쇄하려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병주 회장이 11월 10일 이전 인수 교섭 완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점포 폐쇄 이슈는 향후 새로운 인수주체의 결정사항이 되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이날 처음으로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교섭 상대방이 존재한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인수 유력 후보로 언급되었던 쿠팡, 농협, GS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홈플러스 인수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해왔던 상황에서, 김 회장의 구체적인 매각 시한 제시와 "교섭 진행 중"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인수자 등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보다는 중국 등 해외 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체, 사모펀드 등이 더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청산 위기를 막기 위한 정부 주도의 '빅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자산 처분과 임대 전환을 통한 단기 현금 확보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된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돌연 신청했고, 이후 납품업체들의 선급금과 보증금 요구가 잇따르면서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폐쇄 계획이 일단 유보되면서 대규모 실업 사태는 피했지만, 실제로 홈플러스의 인수합병이 탄력을 받을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