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계기로 연쇄 정상외교를 펼치며 폴란드 대통령에게 잠수함 방산협력 확대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정세 변화에 맞춰 양국 관계를 격상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멜로니 총리는 한국의 경제문화적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방한 의사를 밝혔고, 이 대통령에게도 적절한 시기에 이탈리아 방문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지리적 여건이나 국민적 특성 등 다양한 면에서 유사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양국 정부와 기업계가 인공지능, 방위산업 등 영역에서 상생적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멜로니 총리는 "양국이 무역투자를 포함해 다방면의 협력관계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있다"며 "지난 9월 서울에서 양국 다수 기업이 참여한 한-이탈리아 비즈니스포럼에서 보듯 경제협력 확장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유엔본부 안보리 의장실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만나 방산협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양 정상은 1989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양국 관계가 정치, 경제, 인문교류 등 모든 영역에서 지속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국 방위산업 협력이 전차를 중심으로 계속 발전해온 점을 언급하며, 양국 기업들이 상호 이익적 차원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을 증대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우리나라와 체결한 K2 전차에 대해 "납기일정을 준수하며 잘 도입되고 있다"고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무기체계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납기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큰 강점이 있다"며 다른 방산체계로 협력 확장을 제안했다고 이규연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별히 폴란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잠수함 사업 등을 통해 양국 방산협력이 확장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폴란드는 대략 8조원 규모의 해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 일환으로 신형 잠수함 3척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화그룹이 유럽 업체들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상황 등 지역정세에 대해서도 견해를 나눴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각종 국제안보 이슈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AI 등 기술과 안보문제를 다루는 회의를 주관한 것은 매우 시기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올해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이날 유엔본부에서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했다. 우리나라 정상이 유엔 의장석에서 공개토의를 이끈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안토니우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 면담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우즈베키스탄 등 총 5개 국제기구국가와 정상외교 일정을 완료했다. 다만 당초 예정되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프랑스측의 국내사정으로 인한 연기 요청으로 결국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