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7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1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박지원 의원은 나경원 의원의 간사 선임에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 의원은 "내란 청산 없이는 협치도 없다"며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국민의힘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나 의원을 향해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들에게 모두 충성했지만 장관직 한 번 얻지 못했다"며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 왜 또 이런 일을 하려 하느냐"고 질타했다.
특히 박 의원은 이해충돌 문제를 거론하며 "남편이 춘천지방법원장인데 부인이 법사위 간사를 맡으면 되겠느냐"며 "배우자까지 비난받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이 법사위 피감기관의 수장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제기된 문제였다.
바로 이때 곽규택 의원이 별도 발언권도 얻지 않은 상태에서 "박지원 의원님, 사모님은 지금 뭐 하시냐"고 끼어들었다. 박 의원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답하자, 곽 의원은 "그렇지 않느냐. 그런 말씀은 하시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박지원 의원의 부인 고 이선자씨는 뇌종양으로 300여 일간 투병한 끝에 2018년 10월 향년 74세로 별세했다. 박 의원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2020년 '고마워-미안했고, 잘못했고, 사랑해'라는 제목의 추모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곽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즉각 거센 항의가 터져나왔다. "너무나 무례하다", "예의를 지켜라", "인간답게 행동하라", "선을 넘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발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지나치다"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대상"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배우자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누구냐"며 나경원 의원의 남편을 언급한 박지원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곽 의원 역시 처음에는 "왜 사과해야 하느냐"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가 잠시 중단된 사이 곽 의원은 민주당 의원석으로 다가가 박지원 의원에게 머리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이때 곽 의원은 "의원님, 정말 죄송합니다. 미처 몰랐습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나경원 의원의 간사 선임안은 무기명 투표에서 투표 총수 10표 중 반대 10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을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표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