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방식을 두고 장기간 표류를 지속하던 가운데, 석종건 방사청장이 이달 30일 최종 결정을 강력히 시사했다. 석 청장은 15일 "두 조선업체의 법적 분쟁에 따른 조사가 완료되어 사업 추진을 더 이상 지연시킬 근거가 사라졌다"며 확정 의지를 드러냈다.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핵심 국방사업이다. 2023년 12월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마친 이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로 넘어가야 했으나, 양대 조선사의 치열한 경쟁과 상호 고발로 인해 1년 9개월여 동안 중단된 상황이다.
방사청은 18일 사업분과위원회를 거쳐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안건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워왔다. 석 청장은 "해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최적으로 구현하면서 신속한 전력화가 가능한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8일 예정된 분과위 회의에서 KDDX 안건이 돌연 제외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방사청은 "기업간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를 이유로 안건 상정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과위 소속 민간위원들의 지속적인 반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당정협의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를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담당해왔다. 방사청은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 수행업체가 상세설계도 이어받는 수의계약을 추진하려 했지만, 한화오션 측은 공정한 경쟁입찰이나 양사 공동설계를 주장해왔다. 특히 HD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유죄 확정이 논란을 가중시켰다.
석 청장은 상생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탈락업체를 위한 상생방안 요구가 있지만 현행 규정상 한계가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후속함 5척에 대해서는 상세설계 진행상황을 보고 결정하되, 역량을 갖춘 기업이 일정량을 건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사업자 결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당정협의까지 거쳐야 하면서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도 이례적으로 KDDX 사업에 대한 직접 보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의 개입이 심화되고 있다.
석 청장은 "규정과 절차, 법적 사항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검토한 결과를 반영해 사업추진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갈등보다는 조속한 결정과 추진을 위한 업체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방산의 지속 발전을 위한 방사청의 고심 어린 결정에 업계도 협력해 총 6척의 함정을 성공적으로 건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