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과의 비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사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 총리는 25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자 이슈가 풀리지 않는 한 의미있는 진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업들이 완전히 정지되거나 공식 보류 상태는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당수 근로자들의 미국 입국이나 재입국이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자 이슈가 지난 7월 양국 간 통상협상에서 논의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펀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김 총리는 지적했다. 양국은 이달 초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이 구금된 사건 이후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김 총리는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이런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다시 미국에 가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약속한 3천500억달러 투자에 대해서는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70% 이상에 상당하는 규모"라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없이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3천500억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할 경우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총리는 현재 진행되는 협상의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우리나라에 중대한 재정부담을 가하는 합의안에 대해서는 국회 승인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내년까지 지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 5천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한 일본에 요구한 조건과 유사한 조건을 한국에 요구하는 것에 대해 "협상진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김 총리가 한국이 자주적 국방력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5%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3.5%라는 수치를 언급한 것은 우리가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비 지출은 GDP 대비 2.32% 수준이다.
다음 달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북 간 구체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총리실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김 총리는 비자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한국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미국 입국을 매우 꺼리는 상황임을 설명한 것일 뿐 투자를 유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는 현재 조지아주에서 추진 중인 투자와 관련된 것이며 한미 간 논의되고 있는 3천500억달러 투자와는 별개의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