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대화를 거부하며 핵 보유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해 남북 간 대립 해소와 평화적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응답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인정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적대적 행위를 할 의도가 없음을 재차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대화 지원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도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개방적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며 "한미는 향후 북미대화를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에서 진행된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한국과 대화할 일이 없으며 그 어떤 것도 함께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히 이질화된 것은 물론 완전히 상반된 두 주체의 통일은 결국 한쪽이 소멸되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대한민국에 새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는 (기존 정권과) 본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전혀 없다"면서 "현 집권자의 소위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력화를 기도하던 전임자들의 '과제집'에서 복사해온 재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북미대화에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만일 미국이 비현실적인 비핵화 고집을 포기하고 현실을 수용한 기반에서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희망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대립할 이유가 없다"며 "나는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을 통해 긍정적 반응을 보임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이어서 양 정상의 예상치 못한 만남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