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마라톤 무료 국수 먹었잖아' 한수원 현수막 논란에 김민석 총리 "지나치게 모욕적"

2025.09.21
벚꽃마라톤 무료 국수 먹었잖아 한수원 현수막 논란에 김민석 총리 "지나치게 모욕적"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경북 경주시 일대에 설치한 홍보 현수막이 시민 조롱 논란을 일으키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총리는 2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해당 현수막에 대해 "지나치게 모욕적"이라고 규정하며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홍보물에는 월성본부 명의로 '이번 벚꽃마라톤 때 월성본부가 무료로 주는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를 비롯해 '5년간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 지방세로 2천190억원을 납부했다지요', '한수원이 5년간 법인세만 1조6천억원을 냈다지요', '세금 외에도 매월 예술의전당 공연도 한수원에서 후원한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총리는 "월성본부가 제작해 경주 도심 곳곳에 부착한 홍보물이 주민들을 격분케 했다"며 "공공기관의 지역행사 후원은 '돈 한 푼 베푸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면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다"며 "이런 식의 냉소적 접근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는 앞서 해당 현수막을 공개하며 "원전 안전성이나 주민 건강권,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핵심 쟁점들을 회피하고 감정적 홍보에만 치중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경주시원전범대책위원회 역시 "현수막 게시 목적을 납득하기 어려울 뿐더러 사회적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역사회 반발이 거세지자 월성본부 측은 설치 2시간 만에 모든 현수막을 철거했다. 본부 관계자는 "방사성폐기물특별법과는 별개로 단순 홍보 목적이었으나 표현 방식과 설치 위치 등에 부적절함이 있다고 판단해 즉시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현수막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시행령 공표를 앞두고 악화된 지역 여론을 무마하려는 시도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월성본부는 최근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신들의 지역 기여도를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이번 사건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해 전체 공무원의 대민 소통 자세와 방법론을 개선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현수막 내용이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총리께서 문제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직기강 확립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월성원전 2호기에서는 지난 19일 오전 중수 누출 사고가 발생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오전 4시30분경 월성 2호기 감속재 정화계통에서 중수가 누출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정오 기준 누출량은 약 265킬로그램으로 파악됐다. 누출된 중수는 원자로 보조건물 격실과 내부 집수조에 포집돼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한수원은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