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의 접견에서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이라며 사법부의 자체적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천 처장을 만나 "현재 사법부의 헌정 수호 의지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매우 중대한 연속적 상황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전체에 극심한 상처를 안겨주고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과 혼란을 준 사안이었던 만큼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이 왜 사법부를 우려하고 불신하는지 성찰하고, 이런 부분부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라는 것은 스스로 획득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사법부의 견해와 결정에 무게가 실리고, 변화의 중심 역할로서 법원이 사법혁신이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법부 독립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한계를 분명히 했다. 우 의장은 "사법부의 자율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핵심적 가치"라면서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은 각 기관 내부에서도 헌법이 부여한 임무와 책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필수적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모든 권한은 국민에서 시작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상기하면, 어떤 국가 권력도 국민이라는 바다에서 보면 작은 배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천 처장은 "국민의 신뢰가 진정 중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바탕으로 재판의 공평성과 정치적 중성이 확보되는 사법권의 완전하고 합리적인 실행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행사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힘써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했다.
천 처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의 사법부 대응을 설명하며 "여러 대법관들과 대법원장의 의견을 모아 사태 직후 며칠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수차례에 걸쳐 '계엄은 헌법 위반 조치'라는 사법부의 견해를 명확히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개최된 전국법원장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검토 중인 사법혁신 과제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려면 사법부도 참여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내란 재판과 관련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내란 재판에 대해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여러 법원장들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약 1시간 진행된 이날 접견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이 내란재판 등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진심 어린 조치를 법원 측에 요청했고, 법원 측은 의장의 요청에 공감을 표하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