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3월 기공식을 가진 평양종합병원을 23일 재차 시찰하며 완공 지연에 대해 관련 책임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전했다.
5년여 만에 개원을 앞둔 이 의료시설을 7개월 만에 다시 찾은 김 위원장은 애초 2020년 10월로 예정됐던 개원이 미뤄진 배경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같은 국제적 보건위기라는 외적 요소도 있었지만, 핵심적으로는 내각 일부 지휘부와 병원건설연합상무 관계자들의 명예욕에서 비롯된 경제운영상 착오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관리들이 "국가 예산 체계를 도외시하고 병원 규모 확장과 설계 수정에 따른 전체 건설비용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공사를 추진해 재정적 피해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의로 후원 조직 같은 기관까지 설치하고 전국 차원에서 기부금 모집 움직임을 조장함으로써 당의 중요 과업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중대한 정치적 문제를 야기했다"고 꾸짖었다.
문제를 일으킨 인물들 가운데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전직 핵심 관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매체는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들을 두고 "사업 계획의 목적과 성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치적으로 극히 미성숙한 인물들"이자 "당이 직접 챙기는 중요 건설 사업에 개입해서 자신들도 공을 세웠다는 인정부터 받으려 한 허영주의자들"이라고 혹평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작년 12월에는 병원 건설 명목으로 성금을 낸 각 기관과 주민들에게 기부금을 전액 반환하는 이례적 조치를 시행해야 했다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부작용과 복잡함이 병원 건설을 1년 6개월이나 늦추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국가 경제 운영의 규율 부재와 관료들의 개인적 탐욕, 정치적 리더십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병원에는 방사선 촬영기기 등 각종 의료장비와 환자용 침대 등이 배치되어 개원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수술실, 병실, 헬리패드, 학회장, 주차시설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의료진들과도 면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은 우리 당이 창건 기념일을 맞아 인민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며 개원식 관련 세부 지침을 하달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북한은 다음 달 10일 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이 병원을 정식 개원해 정권의 치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