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첨단기술 발전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는 '모두를 위한 AI' 비전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90여 개국 중 일곱 번째 연설자로 나선 이 대통령은 "현재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는 물리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안보 역량을 좌우하고 사이버 공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현 시대에서 우리는 가시적 위협을 넘어 비가시적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AI 기술의 양면성을 지적하며 "AI 시대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기술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라는 암울한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악화라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향상된 생산성을 기반으로 혁신과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유익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24일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주관하는 공개토의가 AI의 책임감 있는 활용을 증진하는 국제사회 노력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달 한국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0년간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개척하고 인류 존망이 달린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 온 유엔의 노력에 각국이 호응해야 한다"며 "한국은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며 '에너지 대변혁'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금년 내로 책임감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여 국제사회의 결집된 의지에 참여할 것"이며 "2028년 칠레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에서도 지속가능한 해양 발전을 위한 실질적 연대를 형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개발 거버넌스 혁신에 대해서도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여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개발 재원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엄중한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개발 거버넌스를 구조적으로 개혁함과 동시에 재원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하여 발전한 한국의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