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둘째 날인 2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에 나선다. 한국시간으로는 24일 새벽 1시 30분경에 진행될 예정이다.
190여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 가운데 7번째 순서로 연단에 오르는 이 대통령은 이번 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귀환을 공식 천명할 계획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신속히 극복한 과정을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성숙도를 과시하고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책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외교 청사진을 밝히면서 비핵화 실현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요청하고, 북한을 향해서는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평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언급해온 '중단→축소→완전폐기'의 3단계 비핵화 접근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출국 전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이 "임시적 긴급조치"로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 완전 해체 대신 당분간 핵개발 중단에 합의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실질적으로 핵보유국인 북한이 비핵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고수하는 현 상황에서, 우선 대화의 계기부터 마련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안보 위협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북한의 핵보유 현실만 공식 승인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조연설 이후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며,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등 각국 정상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진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담은 예정되어 있지 않으나, 총회장에서 약식 형태의 짧은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24일에는 한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의장국 자격으로 주재하게 된다. 인공지능과 안보를 주제로 한 이번 토의에서 이 대통령은 '모든 이를 위한 AI'라는 기조 하에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대응을 강조할 방침이다.
방미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경제·금융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투자유치 행사를 개최해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도 7년 만에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번 총회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져, 북미 간 실무 접촉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