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대한민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진행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이날 회의에서는 '인공지능과 국제평화·안보'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서 9월을 담당하는 한국의 역할에 따라 성사된 이번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회색 정장과 진청색 넥타이, 태극기 배지를 착용하고 의장석에서 회의를 이끌었다. 의사봉을 두드리며 시작한 개회선언에서 그는 "여러분이 이 자리에 동참해주신 것만으로도 논의 주제의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고 언급했다.
회의 시작 전 진행한 약식 설명회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 최고지도자가 안보리 회의를 이끄는 것은 처음"이라며 "매우 의미깊게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을 주제로 모든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첫 공개회의를 담당하게 되어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일상을 넘어 국제 안보 환경까지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 이 대통령은 "80년 전 유엔 설립 당시의 핵심 과제가 '새롭게 나타난 핵무기 위험을 국제공동체가 어떻게 다룰 것인가'였다면, 현재는 AI라는 신규 위협과 과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관리체계를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요청하며 회의를 주도한 이 대통령은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전체발언에서 "명암이 함께 존재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은 국제공동체가 연합해서 '책임감 있는 활용'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뿐"이라고 역설했다.
제프리 힌튼 교수가 AI를 '어린 호랑이'에 비유한 것을 인용하며, 이 대통령은 "AI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앞날이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를 적절히 활용하면 저성장과 높은 물가 등의 과제를 해결하여 새로운 발전의 길을 개척할 수 있고, 의료와 식량, 교육 등 다양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상태로 끌려간다면 심각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벽'을 뛰어넘는 '실리콘 장벽'으로 기능해 전지구적 불평등과 불균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지혜를 결집해야만 '전 인류를 위한 AI', '사람 중심의 포괄적 AI'로의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특히 안보리의 역할과 책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책임국가로서 AI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선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한 이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APEC 의장국으로서 AI 혁신이 인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기술발전의 혜택을 공동으로 누리는 'AI 기본사회', '모든 사람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소말리아, 슬로베니아, 그리스, 영국 등 각국 정상들의 발언 순서를 소개하며 토의를 진행했다. 토의를 들을 때는 메모를 하거나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한국의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를 축하하는 발언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