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E.N.D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취임 후 첫 유엔총회 무대에 오른 이 대통령은 약 19분간의 기조 발언을 통해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193개 회원국 정상 가운데 일곱 번째로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올해는 유엔 창립 80주년이자 한반도 분할 80주년"이라며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공존, 상호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행보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E.N.D'를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 대화를 통해 한반도 내 적대와 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평화공존과 상호성장의 새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점은 굴곡진 남북관계 역사가 입증한 변하지 않는 교훈"이라며 "남북간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표명했다.
한반도 평화 실현의 첫걸음으로는 "남북간 붕괴된 신뢰를 복구하고 상호 존중의 태도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며, 그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적대적 행위를 할 의도가 없음을 재차 명확히 천명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비핵화는 중대한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단기간 내 해결이 곤란하다는 냉정한 판단 하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핵과 미사일 역량 고도화 '중단'에서 출발하여 '축소' 과정을 거쳐 '폐기'에 이르는 실용적, 단계별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남북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구축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면서 북미 사이를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관계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극복 과정도 언급했다. "지난 겨울, 내란의 암흑에 맞선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광명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찬란한 성과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AI 시대 대응과 관련해서는 "첨단기술 발전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는 '모든 이를 위한 AI'의 비전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달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공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과 상호성장'이라는 한반도 새 시대를 향해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의 길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선두에서 담대하게 전진하겠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