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한반도 평화 END 이니셔티브' 제안…비핵화 실용적 접근법 제시

2025.09.24
이재명 대통령 한반도 평화 END 이니셔티브 제안…비핵화 실용적 접근법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END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이 구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해법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이라는 3원칙을 바탕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교류와 협력이 평화의 지름길"이라며 남북 교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엄중한 과제이지만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 하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구상은 이전 정부들의 '선비핵화' 원칙과 차별화되는 접근법이다.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고 교류·관계개선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세 요소가 상호 추동하는 구조로, 우선순위나 선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완강한 비핵화 거부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민경태 통일교육원 교수는 "선비핵화를 전제로 한 과거 정책들이 정체에 빠진 반면,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실용적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계정상화와 비핵화 간 선후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북핵 용인 우려도 제기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관계개선 이후에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북핵과 함께 살아야 하는 기간이 장기화될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렸다. 위 실장은 남북관계를 신뢰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지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해 혼선을 보였다.

북한의 호응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END에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여야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평화와 경제협력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출발점"이라고 호평한 반면, 국민의힘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대북 접근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북미 대화 재개 여부가 END 이니셔티브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