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시대 어도비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새로운 전환점 모색

2025.09.20
AI 혁신 시대 어도비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새로운 전환점 모색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프리미어 프로 등 창작 소프트웨어로 수십 년간 독보적 지위를 유지해온 이 회사가 AI 물결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어도비는 최근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 59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팩트셋 예측치 59억 2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조정 주당순이익 역시 5.31달러로 시장 전망 5.18달러를 상회했다. 연간반복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185억 90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AI 도입을 통한 ARR은 5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어도비 주가는 지난 1년간 30% 이상 폭락하며 약 688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투자기관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UBS는 목표가를 400달러에서 375달러로, 멜리우스 리서치는 310달러까지 낮추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변경했다.

이러한 우려의 배경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기존 편집 툴의 영역을 빠르게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구글의 '나노 바나나', 오픈AI의 '소라', '미드저니' 등 새로운 AI 도구들이 복잡한 편집 작업을 간단한 명령어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적인 창작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어도비는 구독료 인상으로 단기 수익 확보에 나섰다. 올해 1월 포토그래피 플랜 요금을 월 9.99달러에서 14.99달러로, 6월에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서비스를 50달러에서 69.99달러로 대폭 올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AI 투자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도비도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젠스튜디오' 솔루션을 공급하며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 혁신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 솔루션은 아이디어 구상부터 제작, 배포, 측정까지 전 과정을 최적화해 기업들이 개인화된 마케팅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퀄컴은 젠스튜디오를 통해 매주 수천 개의 마케팅 자산을 신속하게 제작하고 맞춤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상업적으로 안전한 AI 모델인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해 브랜드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다양한 채널용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하고 있다.

돈 맥과이어 퀄컴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젠스튜디오를 통해 고품질의 개인화된 자산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마케팅 조직 전반의 생산성과 창의적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어도비의 향후 생존 전략으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등 핵심 제품에 AI 기능을 강화해 사용자 수와 단가를 높이는 것, 파이어플라이와 젠스튜디오에서 사용량 기반 매출 구조를 확산하는 것, 그리고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통합 번들 서비스 계약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성 AI 산업 발전 속에서 전략적 방향성이 다소 애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3분기 실적과 가이던스 상향 등을 종합하면 우려 대비 긍정적 흐름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도적 지위를 회복할 만큼 극적인 변곡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바룬 파마 어도비 젠스튜디오 총괄은 "비효율적인 콘텐츠 공급망이 맞춤형 경험 제공을 저해하는 상황에서, 젠스튜디오는 AI와 창작 솔루션을 결합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킨다"고 강조했다.

방송국, 광고사, 출판사 등 전문 분야에서는 여전히 어도비의 워크플로우가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어 당장 완전한 대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층에서는 간편한 AI 도구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어도비가 얼마나 빠르게 AI 전환을 완성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