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파 위험상황 동시예측해 '제2이태원 참사' 방지

2025.09.17
AI로 인파 위험상황 동시예측해 제2이태원 참사 방지

대형 행사나 도심 집회에서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을 차단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인파 위험 예측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인파의 이동 경로와 집중도를 통합 분석해 기존보다 오차를 대폭 줄여 교통이나 보건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카이스트는 이재길 전산학부 교수 연구팀이 위험 상황을 최대 76%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인파 집중 예측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남영은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나지혜 박사과정 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데이터마이닝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지식발견및데이터마이닝학회(KDD) 2025'에서 지난달 발표됐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집중사고를 방지하려면 단순 인원 파악을 넘어 인파의 유입·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야 한다. 인파가 모이는 양상은 단순 인원 증감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광화문 인근의 인파 집중 급증을 예측하려면 종로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몰려오는 인파를 함께 관찰해야 위험신호를 미리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현재 몇 명이 모여 있는지'에만 집중해왔다.

연구팀은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고려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래프'라는 개념으로 인파 흐름을 더 정확히 예측했다. '바이모달 학습' 방식을 개발해 특정 지역에 몇 명이 있는지(정점 정보)와 지역 간 인구 흐름이 어떤지(간선 정보)를 동시에 분석한 것이다. 특히 2차원 공간 정보뿐만 아니라 시간 정보를 더해 '언제, 어떻게 이동이 발생하는지'를 학습하는 3차원 대조 학습 기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AI는 단순히 특정 시점의 인구 예측을 넘어 시간에 따른 인파 집중의 패턴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기존 방식보다 인파 집중으로 인한 혼잡 발생 장소·시점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서울·부산·대구 지하철과 뉴욕 교통 데이터, 한국·뉴욕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 6종의 실제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했다. 이 결과 기존 방식보다 예측 오차를 최대 76.1% 줄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1만 명이 집중한 사례를 과거 시점에서 예측했을 때 기존 방식으로 9000명 집중을 예측했다면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 실제에 보다 근접한 9761명 집중을 예측했다는 의미다.

이재길 교수는 "대규모 인구 이동과 인파 집중상황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일은 도시 안전관리와 공공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면서 "이번 기술이 대형행사 인파 관리, 도심교통 혼잡 완화, 감염병 확산억제 등 일상 속 안전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