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향후 20년을 이끌어갈 3개 핵심연구영역을 발표하며 세계적 과학기술 허브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된 미래전략분야발굴위원회의 1년간 검토를 거쳐 확정된 이번 전략은 글로벌 트렌드와 보유역량, 산업연계성을 종합 고려한 결과다.
첫 번째 핵심영역인 피지컬AI는 소프트웨어 중심 인공지능이 하드웨어와 결합해 물리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AI가 판단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센서를 통한 환경인식과 액추에이터를 활용한 실제행동까지 구현한다. 박경준 전략추진단장은 "AI 기본이론이 수십년 존재하다가 딥러닝으로 대형언어모델까지 발전했듯, 다음단계는 자연스럽게 물리세계 영향을 미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휴먼디지털트윈은 인체 전체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의료혁신을 이끌 기술이다. 현재 단일장기 수준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장기간 상호작용까지 포함한 전신단위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경태 추진단장은 "인체를 디지털공간에 완전히 복제해 신약실험이나 치료법을 부담없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다"며 "2035년 상용화 완료시 파킨슨병 같은 질환의 발병확률을 수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센싱은 양자역학 원리로 기존센서 한계를 뛰어넘는 초정밀 측정기술이다. 유천열 추진단장은 "양자기술은 단순 과학기술을 넘어 사이버전쟁과 물리충돌에서 큰 격차를 만드는 패권기술로 어쩔 수 없이 확보해야 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양자센서가 적용된 고감도 레이더는 기존 항공기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기술원은 이미 세계 최초로 '사이버-물리AI' 개념을 제시하고, 460평 규모 반도체 제조시설을 활용한 양자소자 개발에 착수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 국가로봇테스트필드와 센소리움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실증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휴먼디지털트윈 분야에서는 한국뇌연구원, 계명대 의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건우 총장은 "한국 대학들의 최대 약점은 대학명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플래그십 분야가 없다는 점"이라며 "앞으로는 전세계 어디서든 DGIST를 떠올리면 이 세 분야가 연상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1년간 국내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해왔으며, 이제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할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원은 올해 2학기 양자정보과학 전공을 신설하고, 2월 공학전문대학원과 4월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외연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9월에는 약 800명의 글로벌 교육리더가 참석하는 세계공학교육포럼을 개최해 국제적 위상강화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