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최연소 교수 임용 기록 석학, 미 제재 중국대학 이직…학계 인재 유출 심각

2025.09.23
KAIST 최연소 교수 임용 기록 석학, 미 제재 중국대학 이직…학계 인재 유출 심각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사상 최연소 교수로 부임했던 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의 저명한 학자가 미국 제재 대상인 중국 대학으로 옮겨간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부터 지속되는 국내 원로 연구자들의 중국 진출 행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업계에 따르면 송익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예교수가 최근 중국 청두전자과기대 기초·첨단과학연구소 교수직을 맡게 됐다. 해당 기관은 군용 전자전 장비 설계 프로그램과 전투 시뮬레이터 등 국방 관련 기술 개발을 이유로 2012년부터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리스트에 포함된 곳이다.

송 교수는 1988년 28세의 나이로 KAIST에 조교수로 임용되며 당시 최연소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37년간 KAIST에서 연구 활동을 펼쳤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 정회원, IEEE 펠로우 등을 역임하며 학계에서 인정받아 왔다.

이번 이직은 송 교수가 올해 2월 정년을 맞은 후 연구 지속을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KAIST에도 70세까지 교육·연구가 가능한 정년 연장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나, 매년 3억원 규모의 연구비 확보라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걸려있다.

국내 원로급 연구진의 중국 이탈은 작년부터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 이영희 성균관대 HCR 석좌교수, 홍순형 KAIST 명예교수,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 등 굵직한 인물들이 연이어 중국 학계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기한림원이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회원 200명 중 61.5%가 최근 5년간 외국 연구기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압도적인 82.9%가 중국 기관으로부터의 제안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연구자의 경우 72.7%가 해외 영입 제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과반인 51.5%는 이러한 제안을 전향적으로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주된 동기로는 국내 노련한 연구자 활용체계의 공백을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최고 수준 연구진의 해외 유출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는 82.5%가 정년 이후 전문가 활용 제도의 미흡함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