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일 1000회 자동실험으로 화학 신물질 발굴 성공

2025.09.24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일 1000회 자동실험으로 화학 신물질 발굴 성공

기초과학연구원(IBS) 인공지능 및 로봇 기반 합성 연구단이 개발한 혁신적 플랫폼이 화학 연구 영역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바르토슈 그쥐보브스키 단장이 이끈 연구진은 AI와 로봇 기술을 융합하여 복잡한 화학 반응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통적인 화학 실험에서는 연구자가 직접 다양한 조건을 설정하며 반응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충분한 실험 데이터 확보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됐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플랫폼은 매일 약 1000회의 화학 반응을 자동으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수천 가지 조건 변수를 검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의 화학 과정을 정밀한 시각적 지도로 구현하고, 특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숨겨진 반응 경로까지 규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연구진은 플랫폼의 실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150년 전부터 활용되어 온 '한츠슈 피리딘 합성 반응'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항생제와 항암제 제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 반응을 정밀하게 지도화한 결과, 기존에 확인된 7종의 생성물 외에도 9개의 새로운 중간체 및 최종 생성물을 추가로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이차전지 소재로 주목받는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에 대해서도 756가지 금속 조합을 체계적으로 합성하여 기존보다 높은 효율성을 보이는 최적 조합을 도출하고 4종의 미지 물질을 새롭게 규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 가치는 화학 반응을 단순한 일차원적 과정이 아닌 다차원 네트워크로 접근했다는 점에 있다. 동일한 출발 물질이라도 온도, 농도, 촉매 등의 조건 변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최종 생성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체계적으로 입증했으며, 이러한 과정을 시각적으로 추적 가능한 형태로 구현했다. 특히 로봇 실험을 통해 생성되는 대량의 반응 데이터를 AI 학습에 즉시 활용할 수 있어 기존 방식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충분한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졌다.

제1저자인 얀카이 지아 선임연구원은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신규 화학 물질 탐색 속도를 대폭 향상시킬 예정"이라며 "발견된 분자들을 실제 신소재 개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쥐보브스키 단장은 "화학 반응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이해하는 접근법은 향후 화학 연구의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AI와 로봇을 활용한 합성 기술이 미래 의약품 개발과 소재 혁신 분야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