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4분기(10~12월) 적용되는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으로 고정된다. 한국전력공사는 22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현행 유지하는 방안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전력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이뤄진다. 이 중 연료비조정단가는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브렌트유 등 발전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해 매 분기 kWh당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제도다. 현재 상한선인 +5원이 계속 적용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재무여건과 조정요금 미반영분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해 직전 분기와 같은 +5원/kWh을 지속 적용하기로 했다"며 "경영개선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도 철저히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전은 실제로는 최근 3개월 연료비 가격 추이를 토대로 이번 분기 필요조정단가를 kWh당 -12.1원으로 계산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화로 전력요금을 내릴 여건이 마련됐지만, 한전의 심각한 경영난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로써 한전은 2022년 3분기 이후 14개 분기 연속으로 조정단가를 +5원/kWh으로 적용하게 됐다. 일반용 전력요금은 10개 분기째 동결 상태가 지속된다.
한전의 부채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 206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부터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발전연료 구매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누적 적자가 43조원대에 달한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요금 인상으로 8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재정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적 부담도 요금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 비록 이재명 대통령이 전력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력량요금 등 다른 구성 요소는 시기와 관계없이 조정이 가능해 4분기 중 전력요금 상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장기적 요금 인상 압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전력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위해서는 한전의 자금 조달 능력 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이 발행 가능한 채권 규모가 20조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전력요금 정상화 없이는 필요한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