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연중 최고가 달성…삼성·SK,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 상승

2025.09.23
D램 가격 연중 최고가 달성…삼성·SK,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 상승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범용 디램 제품인 DDR4 8Gb의 현물가가 전날 5.868달러를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연초 1.35달러 대비 약 334% 급등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거래처에 4분기 디램 제품 가격을 품목별로 최대 30%, 낸드플래시는 10% 인상하겠다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각각 디램과 낸드 가격 상승을 발표한 데 이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동참하면서 전방위적인 가격 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거대 기술기업뿐 아니라 텐센트, 바이두 같은 중국 업체들도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고대역폭메모리와 서버용 디램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디램의 생산 여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2017-2018년 구축된 기존 데이터센터의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하드디스크에서 기업용 SSD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던 모건스탠리도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이 투자은행은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산업 전반에서 AI로 인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사이클은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평가도 '시장 평균'에서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호황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연초부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월 웨이퍼 투입량을 45만장에서 60만장으로 늘렸으며, SK하이닉스도 분기 웨이퍼 투입량을 최대 생산능력인 160만장에 근접한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GDDR7과 LPDDR5X 같은 차세대 메모리 제품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AI 추론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들 제품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생산능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