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업체 일라이릴리로부터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4600억원 규모로 매입하는 합의를 성사시켰다고 23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메이드 인 USA'를 원한다면 현지 투자가 해답"이라며 "우리는 관세 불안정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지난주 토요일 일라이릴리와 본계약을 완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이 시설은 약 4만5000평 규모에 생산동, 물류시설, 기술지원센터, 관리동 등 4개 건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다. 추가로 1만1000평의 미개발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확장이 가능하다. 매입 주체는 셀트리온 미국현지법인이며, 관련 승인 절차는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매입비용을 포함한 초기 운영자금으로 7000억원을 투입하고, 이후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최소 7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총 투자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증설이 완료되면 인천 송도 제2공장의 1.5배 수준인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거래에는 현지 직원들의 완전한 고용 승계 조건이 포함됐다. 인력 공백 없이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며, 신규 공장 건설 시 필요한 초기 가동 준비와 직원 교육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과 수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일라이릴리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동시에 체결해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던 원료의약품을 계속 공급하게 된다. 이를 통해 매출 확대와 투자금 조기 회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 회장은 "인수와 동시에 손실 없이 수익을 창출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시설은 이미 가동 중인 바이오 원료의약품 cGMP 생산시설로 매입 즉시 운영이 가능하다. 약 5년 이상의 기간과 조단위 비용이 소요되는 신규 공장 건설보다 제품 생산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고 투입 비용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매입으로 지난 5월 서 회장이 제시한 관세 대응 종합계획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2년치 재고의 미국 이전, 현지 CMO 계약 확대 등 중단기 전략에 이어 현지 생산기지 확보라는 근본적 해결책까지 마련한 것이다.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의약품 생산 전주기에 걸친 원스톱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발생했던 미국 향 물류비와 외주 CMO 대비 생산비용을 상당 수준 절감해 현지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