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의 자동차 탄소규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대응역량 강화에 나섰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자동차 중소 부품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산정과 검증, 감축에 이르는 통합 지원사업을 22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원사업은 EU가 도입하는 자동차 온실가스 생애주기평가(LCA) 제도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평가 시스템은 자동차의 원재료 확보부터 소재·부품 생산, 완성차 제조, 차량 운용, 최종 폐기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투입되는 자원량과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화하여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해 차량 1대가 전체 생명주기 동안 배출하는 총 온실가스량을 계산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줄이기 위한 탄소감축 법안 'Fit for 55'를 지난해 4월 승인했다. 이 법안에 따라 EU 의회는 올해 말까지 승용차와 경상용차의 온실가스 LCA 방식과 유럽 내 판매 차량 평가 데이터를 보고해야 한다. 내년 6월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역내 브랜드는 물론 현대기아차 같은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배터리·모터 등 중소 부품협력업체에서 수집한 LCA 데이터 분석 결과를 EU측에 자율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첫해 사업으로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16곳에서 생산하는 총 43개 부품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생애주기평가 및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 주요 지원 항목으로는 생산 공정별 에너지 소비량 등 탄소배출량 실제 조사와 산정을 위한 현장 데이터 확보, 생애주기평가 및 국제 검증 대응 방안 관련 담당자 교육, 온실가스 다량배출 공정에 대한 개별 맞춤형 감축 컨설팅 등이 포함된다.
첫 지원 활동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22일 부품 생산업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평가 대상 부품의 현장 공정 정보 등을 수집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2026년 5월까지 업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평가 교육과 감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지원사업은 배터리·모터 등 개별 부품 위주로 생애주기평가에 대응하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제도 이해도와 평가 능력을 향상시키고,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기업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인 '범위3' 탄소배출량 평가를 중점 지원하여 제품의 생산·소비·폐기 전과정 분석을 통한 정확한 산정을 도울 예정이다.
정부는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는 EU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배터리법 등을 통해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탄소규제를 지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중소 부품협력업체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참여 기업의 생산품이 해외에서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산 부품의 탄소발자국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박준홍 국립환경과학원 모빌리티환경연구센터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탄소 경쟁력을 보유한 혁신적 부품업체 양성"이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부품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밀 분석하고, 배출량이 많은 공정에 개별 맞춤형 감축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