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대규모 전자전 항공기 국산화 프로젝트에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연합체가 최종 승자로 결정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내년부터 2034년까지 총 1조9206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개발사업에서 LIG넥스원 측이 체계업체로 확정됐으며, 경쟁상대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한화시스템 컨소시엄과의 평가점수 격차는 4.5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적군의 방공체계와 통신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전 전용기를 자체 기술로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현재 우리 군은 미군의 전자전 자산에 의존하고 있어 독자적 능력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북한이 평양 주변에 구축한 다층 방공망은 세계 최고 밀도로 평가받고 있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전자공격 능력이 필요하다는 군사적 판단이 작용했다.
개발될 전자전기는 캐나다 봅바디어사의 G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대한항공이 해외에서 도입한 기체를 개조하고, LIG넥스원이 핵심인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통합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 제트기가 선택된 이유는 프로펠러 항공기 대비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작전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기존 C-130 기반 전자전기를 G550 비즈니스 제트기로 전면 교체한 바 있다.
군 당국이 설정한 성능요구조건에 따르면 개발될 전자전기의 재밍 사거리는 250km에 달한다. 이는 미군이 운용 중인 EA-18G 그라울러의 150km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성능의 전자전기 5-6대가 공격편대로 운용될 경우 북한의 4중 방공망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이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배경에는 풍부한 전자전 장비 개발 경험이 있다. 동사는 47년간 축적된 전자전 기술을 바탕으로 KF-21용 통합전자전체계, 함정용 소나타(SONATA) 시스템, 지상용 전자전 장비 등을 개발해왔다. 특히 소나타는 2011년 아덴만 해적 퇴치작전에서 해적선 레이더를 성공적으로 무력화하며 실전 검증을 마쳤다.
대한항공 역시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사업과 백두 정찰기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한 특수임무기 개조 역량을 인정받았다. 부산과 대전 연구시설에 100여 명의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디브리핑과 이의신청 접수 등 남은 절차를 진행한 후 10월 중 공식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우선 Block-1 버전 2대를 기본형으로 개발하고, 이후 성능이 향상된 Block-2 모델 2대를 추가로 제작해 총 4대의 전자전기가 공군에 인도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과 러시아만이 보유한 전자전기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관련 기술의 해외이전이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국산화를 통한 기술 주권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체계통합업체로 선정된 LIG넥스원은 향후 30-40년간 지속될 유지보수 사업과 해외수출에서도 주도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