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혼합 의무화 대비 정유업계 기술개발 경쟁 가속화…HD현대오일뱅크 대한항공에 첫 국내 공급

2025.09.22
SAF 혼합 의무화 대비 정유업계 기술개발 경쟁 가속화…HD현대오일뱅크 대한항공에 첫 국내 공급

2027년 시작되는 항공유 내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를 앞두고 정유업계가 친환경 항공연료 기술력 강화와 생산라인 확충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HD현대오일뱅크가 대한항공과 인천-고베 노선 SAF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국내 SAF 상업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9월부터 내년 말까지 대한항공 인천-고베 노선 항공기 약 90편분에 해당하는 SAF를 단독 공급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일본 전일본공수에 SAF를 수출한 데 이어 내수시장 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는 기존 정유시설에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국제 친환경 인증을 받은 SAF를 생산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김포-오사카 노선에도 GS칼텍스가 제조한 국산 SAF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폐식용유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의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 인증을 획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인천-하네다 노선에서 국산 SAF의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한 바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SAF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울산콤플렉스에 15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만톤 규모의 SAF 생산체계를 구축했으며, 유럽 수출과 함께 캐세이퍼시픽항공과 공급 협약도 맺었다. GS칼텍스는 핀란드 네스테와 협력해 시범운항을 실시한 후 일본 나리타공항에 CORSIA 인증 SAF를 상업적 규모로 판매했다.

에쓰오일은 작년 1월 코프로세싱을 통한 SAF 생산체계를 최초로 갖추고 4월 CORSIA 인증을 취득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작년 5월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 3종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원료 조달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정책적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SAF 전용시설 건설에만 약 1조원이 소요되는 데다 올해 상반기 정유업계 적자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이 SAF 생산업체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유럽연합이 항공사에 배출권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구체적인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SAF 혼합 의무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올해 2%에서 시작해 2050년 7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일본은 2030년까지 10%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7년 1%를 시작으로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의무 비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대한석유협회는 "불확실한 시장 수요와 원료 수급 리스크가 매우 큰 사업"이라며 "현재 국회 논의 중인 국내 생산 촉진 세제에 SAF를 포함하는 등 다각적 지원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