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올해 2분기 한국 수출품에 부과한 관세액이 33억 달러(약 4조 6천억원)로 집계되며 전 세계 6위 규모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할 때 47배 이상 폭증한 수치로, 주요국 중 관세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통계를 토대로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의 관세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관세 부담액은 중국(259억달러), 멕시코(55억달러), 일본(48억달러), 독일(36억달러), 베트남(33억달러)에 이어 6번째였다. 관세 증가율로는 4614%를 기록해 캐나다(1850%), 멕시코(1681%), 일본(724%) 등을 크게 앞섰다.
이 같은 급격한 증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혜택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발생했다. 한국은 1분기까지 FTA 적용으로 관세 부담이 미미했으나, 2분기부터 보편관세 10%와 더불어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등에 고율 품목관세가 적용됐다. 반면 중국은 관세 증가액 자체는 최대였지만,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에 이미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품목별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19억 달러로 전체 관세액의 57.5%를 차지했다. 4월 완성차, 5월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의 품목관세가 부과된 결과다. 기계 및 전기·전자 제품들은 상호관세와 함께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가 추가로 적용되고 있으며, 철강·알루미늄은 3월 25%, 6월부터 50%의 품목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실효 관세율 측면에서 한국은 10.0%로 중국(39.5%), 일본(12.5%)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 규모가 세계 8위임을 감안하면 수출 규모 대비 관세 부담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관세 부담의 배분 양상도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기업에 불리하게 변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는 미국 수입업체가 관세의 64%, 소비자 22%, 수출업체 14%를 각각 부담했으나, 10월 이후에는 소비자 67%, 수출업체 25%, 수입업체 8%로 수출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상공회의소는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7월 체결된 한미 관세 협의를 신속히 이행해 자동차 관련 관세율을 15%로 인하하고, 반도체·의약품 등 미발표 품목에 대해서도 유리한 조건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전략산업 및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직접 보조금 지급, 제조 인공지능 육성 등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새로운 통상 여건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에 추가 부담을 주는 정책보다는 경쟁력 지원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