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감소에도 부동산 시장 '열기' 그대로…은행 대출창구 '문전성시'

2025.09.21
가계대출 감소에도 부동산 시장 열기 그대로…은행 대출창구 문전성시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로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급격히 둔화했지만, 부동산 매수 심리는 여전히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한도는 줄어들었지만 서울 중심가 아파트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주택 구매를 검토하는 고객들의 상담 문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5개 은행의 이달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660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467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평균 증가폭은 260억원으로 전월 일평균 증가액인 1266억원에 비해 8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7조7043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29억원만 늘어났으며, 일평균 증가액은 18억원으로 8월의 6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대출도 위축됐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5대 은행의 신규 취급 규모는 4조1449억원으로 일평균 2303억원을 기록해 전월 일평균보다 15.5% 감소했다. 6·27 부동산 대책과 9·7 추가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고 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출 집행 이전 단계인 승인 과정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의 주담대 승인 금액은 오히려 전월보다 증가했다. A은행의 이달 일평균 승인액은 926억원으로 지난달 886억원보다 늘었고, B은행도 564억원으로 전월 551억원을 상회했다.

영업 현장에서는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들의 상담 요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량은 줄었지만 최고가 경신이 계속되면서 매수를 검토하는 고객 상담이 늘어났다"면서 "다만 강화된 규제로 상담 대비 실제 대출 진행률은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아파트 구매를 계획했던 직장인 A씨 부부의 사례를 보면, 합산 연봉 1억8000만원으로 당초 7억3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했지만 연이은 규제로 5억8400만원까지 축소됐다. 규제 시행 전과 비교해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대출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전략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남 3구뿐만 아니라 서울 외곽과 수도권 지역까지 영향이 확산되고 있으며, 전세대출 한도마저 2억원으로 제한되면서 가을 이사철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다만 6·27 규제로 중단됐던 주담대 대환대출은 최근 속속 재개되고 있어 일부 차주들에게는 숨통이 트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수도권 1억원 초과 대환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면서 금리 부담 경감을 위한 갈아타기가 다시 가능해진 상태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추가적인 대출 억제 조치를 예고하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대출 여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