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상법 개정안 추진 중, 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 가속화하지만 재계는 "부작용 우려" 반박

2025.09.16
강화된 상법 개정안 추진 중, 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 가속화하지만 재계는 "부작용 우려" 반박

강력한 상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하반기 자기주식 소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경제계는 의무화 방안이 오히려 시장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4개 금융지주는 올해 하반기 총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다. KB금융은 상반기 8200억원에 이어 하반기 8500억원의 자사주를 처리하며, 연간 주주환원 규모가 3조100억원에 이른다. 신한지주는 6월 5000억원을 조기 소각했고, 하나금융지주는 9일 4000억원을 소각한 뒤 다음 달까지 2000억원을 추가 처리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도 19일 1499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이처럼 금융권의 주주환원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이 자리하고 있다. 여당은 정기국회에서 일정 기간 내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 나선 상태다. 증권업계는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한 금융회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밸류업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 KRX 은행지수는 7.1%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률(5.9%)을 웃돌았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동반 순매수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으며, 메리츠증권은 KB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다섯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동기가 약해져 주가 지지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후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포인트, 장기 수익률은 11.2~47.91%포인트 높았는데, 소각 의무화로 이런 긍정적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 분석도 제시됐다. 영국·일본·미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독일만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3년 내 처분 의무를 두고 있을 뿐이다. 또한 미국·영국·일본 시총 상위 30개 기업의 평균 자사주 보유 비중은 각각 24.54%, 4.93%, 5.43%로 한국(2.31%)보다 높았다.

상공회의소는 특히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간 전략적 제휴나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해야 한다면 필요한 산업 재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자본금 축소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경영권 방어 수단 상실로 인한 무방비 노출도 문제로 꼽았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소각에 의한 일시적 주가 상승에만 치중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가 안정화 효과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자본시장 발전에 역행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과 함께 처분 과정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