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시장제도 혁신으로 경제 재도약 이루겠다"

2025.09.16
주병기 공정위원장 "시장제도 혁신으로 경제 재도약 이루겠다"

주병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혁신 기업 육성과 불공정 행위 척결을 통해 시장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창조적 혁신과 건전한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시장 구조로 제도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진단하며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단순히 우수한 노동력과 인적자원만으로는 더 이상 앞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 대기업 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과 대·중소기업 간 성장 불균형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시장의 혁신 능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일본의 장기 불황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현재 시점에서 시스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혁신과 효과적 운영을 통한 혁신 기업들은 적극 지원하되, 부당한 착취와 사적 이익 추구로 자본을 낭비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새 공정위원장은 앞으로의 정책 방향으로 네 가지 핵심 영역을 제시했다. 먼저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고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상생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기술 절취, 부당한 대금 지급 등 중소·벤처기업의 발전 토대를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들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둘째로 기업집단에 대한 공정한 규제 체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 경제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혁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집단 내부의 사적 이익 편취와 부당한 지원 등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들에 대한 감시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생태계 조성도 중요 과제로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디지털 플랫폼 시장이 경제적 취약계층의 생활과 고용, 소비자 이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확장되고 있다"며 "입점 업체들을 보호하고 거래 질서를 투명하게 만드는 규범을 정립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서민과 경제적 취약계층 보호 및 소비자 주권 실현을 위해서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이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며, 소비자 권익 침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능동적인 권리 행사를 보장해 소비자 주권을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처벌 수준의 강화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강도를 해당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수익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높일 것"이라며 "이것이 혁신적 경영 활동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상생 협력 기업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주 위원장은 애덤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 개념을 인용하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경제적 강자뿐만 아니라 취약계층도, 부유층뿐만 아니라 빈곤층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유를 동등하게 누리는 것이 진정한 자연적 자유"라며 "공정위의 사명은 이러한 자연적 자유의 체계를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특정 그룹이나 집중된 경제력, 소수의 경제적 강자들이 정치·경제적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균형 권력을 키우는 것이 창조적 혁신과 공동 번영,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그 균형 권력의 최전선에 공정위의 사명이 위치한다"고 역설했다.

취임식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주 위원장은 플랫폼 관련 법제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밝혔다.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공정화법은 조속히 추진하되, 독점 규제 관련 법안은 통상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