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순살 메뉴를 중심으로 한 품질 논쟁과 해외 시장 확장이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가 국내에서는 순살 제품의 용량 감축과 원재료 변경으로 소비자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동북부 길림성 진출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교촌치킨은 지난 9월부터 주력 순살 상품인 간장·레드 메뉴의 조리 전 무게를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축소하고, 기존 닭다리살 100% 구성에서 닭가슴살을 일부 혼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판매가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실질적인 단가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분량도 줄고 맛의 질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높은 가격에 이제 양까지 적어졌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를 대표적인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로 분석한다. 물가 상승 압박 하에서 기업이 판매가 대신 용량이나 품질을 조절하는 방식이지만, 교촌의 경우 고객에 대한 사전 공지가 미흡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 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브랜드 신뢰 손상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노랑통닭은 전체 순살 상품에 닭다리살 100% 사용을 재도입하며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원재료비와 배송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객 선호도가 높은 부위를 유지해 브랜드 신뢰성 확보를 우선한 것이다. 업계는 교촌 사태와 상반되는 움직임으로 평가하며, 단기 수익보다 장기 고객 충성도 구축에 중점을 둔 결정으로 해석한다.
치킨업계의 비용 압박은 구조적 문제다. 원재료 가격과 배송 앱 수수료가 동반 상승하면서 본사와 가맹점 모두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배송 앱 수수료는 매출의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가격 인상이나 용량 축소 같은 대응책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고객 반응이 민감한 만큼 단순한 원가 절감 위주의 전략은 장기적으로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교촌에프앤비는 22일 중국 동북부 길림성 지역의 외식 전문기업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매력이 높은 길림성 내 핵심 도시들을 중심으로 신규 매장을 개설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협력 업체는 중국 내에서 고급 해산물과 중식 레스토랑 브랜드를 다수 운영하는 외식 전문 기업으로, 오랜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와 부동산·호텔·투자 등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교촌은 새롭게 진출하는 길림성이 동북 3성 중 하나로 백두산이 위치한 지역이며, 한국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연변 조선족 자치주 포함으로 한식과 교촌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길림성은 계절별 외식 패턴이 뚜렷해 겨울철 혹한 시 배달 주문이 급증하고 여름철에는 매장 이용과 외식이 활성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교촌은 이러한 수요 변화에 대응해 배달과 매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메뉴 구성과 운영 방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중국 동북 지역에는 음식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반주 문화'가 발달해 있다. 교촌은 이러한 식문화 특성을 반영해 국내 메뉴와 함께 다양한 현지 특화 메뉴를 출시하고, 맥주·하이볼 등 주류 라인업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이번 길림성 진출은 교촌의 중국 내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현지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정착과 더불어 차별화된 메뉴와 서비스로 중국 시장에서 교촌만의 경쟁우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교촌은 2022년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지역에서도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자체보다 '이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며 "원가 절감형 슈링크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