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과 일본 간 유럽연합 수준의 완전한 경제공동체 구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사카·간사이 박람회 참관 중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양국이 단순한 무역 확대를 넘어 포괄적인 경제블록을 형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SK그룹 수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교역 규모는 급속히 확대됐지만, 향후에는 단순 무역만으론 공동 성장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런 방향도 바람직하지만, 느슨한 경제협력이 아닌 유럽연합과 같은 완전한 통합 형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양국이 단일 경제권을 형성할 경우 미국, 유럽연합, 중국에 뒤이은 글로벌 4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최 회장은 "경제안보 관련 지출과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국제 무대에서 규범 제정 주도권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상승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반도체 영역을 한일 협력의 핵심 분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현재 NTT와 반도체 기술 개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며, 차세대 통신망 아이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NTT, SK텔레콤, 소니, 인텔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광통신 기반 네트워크 사업으로, 기존 전기 신호 대신 빛을 활용해 지연시간을 줄이고 전력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도쿄일렉트론 같은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과의 교류 확대, 낸드플래시 전문기업 키옥시아와의 협업 가능성도 언급했다. 키옥시아는 도시바에서 분할된 회사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2018년 사모펀드를 통해 약 4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를 비롯한 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 질의응답 수준인 AI가 향후 자율형 에이전트 단계로 발전하면 메모리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전세계 공급망 구조조정과 통상환경 변화를 촉발하고 있어 새로운 여건에 적응이 필요하다"며 "한일 양국의 공조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에 건설 중인 SK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소버린 AI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아시아태평양 허브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라며 "아시아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한 만큼 한일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공동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는 CEO 서밋 의장 자격으로 "한일 기업인들이 한자리에서 미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별도 회의 개최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