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경력 보유 신입사원 선호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규모 상위 500대 기업 121곳을 조사한 결과, 작년 대학 졸업 신규 입사자 중 28.1%가 이전 직장 경험을 보유한 '중고신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비율은 전년도 조사에서 나타난 25.8%보다 2.3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중고신입들의 근무 경력은 1년에서 2년 사이가 4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6개월에서 1년 경력자가 38.6%로 뒤를 따랐다. 2년에서 3년 경력은 7.9%, 3년 초과는 5.3%, 6개월 미만은 1.7% 순이었다.
흥미롭게도 회사 규모에 따라 선호하는 경력 기간에 차이가 나타났다. 매출 순위 상위 100대와 101위에서 200위 기업들은 2-3년 경력자 채용이 전혀 없었던 반면, 300-500위 기업들에서는 12.2%가 이 구간 경력자를 선택했다.
금년 하반기 대졸 신규 인력 채용에서 경력직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26.9%로 나타났다. 경력직 채용 비중별로는 50% 이상이 15.7%, 20-30%가 14.1%, 0-10%가 13.2%, 40-50%가 12.4%를 기록했다. 경력직 채용을 전혀 계획하지 않은 기업은 22.3%였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 운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채용 과정에서 신중함을 기하는 추세"라며 "과거처럼 순수 신입을 영입해 교육시키기보다는 업무 역량을 이미 갖춘 인력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 수시채용을 예정한 기업 비율은 48.8%에 달했다. 수시채용은 정해진 기간 없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경력 보유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제도로 인식된다. 그러나 1-100위 대기업들의 수시채용 계획 비율은 30.0%로 평균을 밑돌았는데, 삼성이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정기공채 전통을 지키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시채용을 실시하는 59개 기업의 채용 방식 비중을 살펴보면 수시채용이 79.5%, 정기공채가 20.5%로 조사됐다. 재계 인사는 "전 세계적으로 대학 졸업자 대상 정기공채를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며 "국내 기업들 역시 수시 및 경력 중심의 채용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간 급여는 4,671만원으로 집계됐다. 급여 구간별로는 4,000만원에서 4,500만원이 26.5%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에서 5,500만원이 23.1%, 4,500만원에서 5,000만원이 19.0%를 차지했다. 기업 순위별 평균 급여는 1-100위가 5,250만원, 101-200위가 5,000만원, 300위 이상이 4,305만원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채용시장의 주요 변화 요인으로는 수시채용 확산이 22.0%로 최다 응답을 받았으며, 경력직 채용 확대가 19.5%로 그 뒤를 이었다. 중고신입 선호 심화와 조직 적합성 검증 강화는 각각 16.2%로 동일한 비율을 기록했다.
한편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신규 채용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채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명, SK는 올해만 8,000여명, LG는 3년간 1만명 채용을 예고했다. 이는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