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연구원이 59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교 분석에서 국내 증시의 내재된 할인율이 구조적으로 높고, 총주주수익률은 이를 장기간 하회해 낮은 주가순자산비율이 고착화됐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해결책으로는 합리적 주주환원과 혁신 투자, 제도 실효성 제고 등이 제시됐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김민기 자본연구위원은 "최근 할인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기대가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정책·투자자 간 협력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의 전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발표 내용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산수로 설명됐다. 기업이 연간 100만원의 순이익을 창출할 때 주가는 100만원을 1+r로 나눈 값이 된다. 미국은 r값이 낮아 주가가 높게 형성되는 반면 국내는 r값이 높아 주가가 낮게 책정된다. 연구진은 이 간단한 공식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활용해 59개국 핵심 주가지수를 기반으로 국가별 할인율을 역산한 결과, 국내의 평균 할인율은 11.5%로 G7(8.8%), 선진국(8.9%), 신흥국(10.9%)을 모두 상회했다. 같은 기간 총주주수익률은 7.3%에 머물러 높은 요구수익률과 낮은 실현수익률 간 격차가 장기간 지속됐다.
김 연구위원은 "수치 자체보다는 국제 비교에서 나타난 구조적 차이와 왜 우리나라만 요구수익률을 오랫동안 달성하지 못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할인율의 배경으로는 세 가지 요소가 언급됐다. 첫 번째는 구조적 시장 특성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높을수록 할인율이 낮아지는 반면 거래회전율이 높을수록 할인율은 상승하는데, 국내는 단기매매 중심 구조가 뚜렷하다.
두 번째로는 기업 재무와 환원 정책이다. 배당성향, 매출총이익률, 연구개발 집약도 모두 할인율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국내는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세 번째는 제도의 실효성이다. 국내는 법·제도가 형식적으로는 잘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소액주주 보호나 지배구조 신뢰도 지표에서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제도의 존재 여부보다 실행력이 할인율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는 정책 효과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최근 할인율이 9%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이는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결과이며, 실제 제도 변화와 기업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배당과 연구개발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배당이 할인율을 낮추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고 답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배당 일변도가 아니라 합리적 주주환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성장 단계 기업은 재투자와 혁신이, 성숙 단계 기업은 배당과 환원이 각각 프리미엄 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간담회는 결국 '신뢰'의 중요성으로 귀결됐다. 연구진은 주주가 위험자본을 투자해 요구하는 수익률을 10여 년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자본비용을 산출해 공시하고, 정책은 집행력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투자자는 단기매매를 넘어 건설적 관여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최종 메시지는 명확했다. 국내의 저주가순자산비율은 기업의 현금흐름보다는 분모인 할인율의 문제라는 점이다. 제도와 구조, 관행이 얽혀 높은 할인율이 굳어진 결과 기업가치가 국제적으로 저평가돼 왔다. 김 연구위원은 "할인율을 낮추는 길은 결국 신뢰"라며 "투자자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제도·환원·혁신의 선순환이 자리 잡을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