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한국 부품 구매 대폭 늘린다…"50% 확대 투자" 선언

2025.09.24
보잉, 한국 부품 구매 대폭 늘린다…"50% 확대 투자" 선언

미국 항공기업 보잉이 한국을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동반자로 지목하며, 국내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대표는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보잉·한국 파트너십 7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한국 협력업체로부터 3억2500만달러(약 4533억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했다"며 "향후 투자 금액이 최대 50%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투자 확대는 상용항공기 생산량 증대와 대한항공의 대규모 항공기 발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777-9, 787-10, 737-10 등 차세대 보잉 항공기 103대를 362억달러(약 50조원) 규모로 주문했으며, 이는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이자 아시아 항공사 중 최대 규모의 발주로 기록됐다.

셰이퍼 대표는 "한국은 보잉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5~6위권에 해당하는 주요 거점"이라며 "2026년 777계열 및 777-9 기종의 생산 본격화를 고려할 때 한국산 부품 조달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운용 중인 보잉 민항기는 약 270대로, 국내 시장 점유율은 63%에 달한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서울 아셈타워에 위치한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에는 현재 100여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인력을 20% 증원할 계획이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공지능, 항전시스템, 데이터 솔루션 등 차세대 항공기 핵심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된다. 보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LIG넥스원 등과 F-15K 전투기의 항전장치 및 비행제어시스템 부품을 공동 개발해왔으며, KAI는 아파치 헬기 동체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셰이퍼 대표는 "한국 정부가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4대 수출국 달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한국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3국 수출용 신기술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혁신 역량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셰이퍼 대표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4위에 선정됐으며, AI를 활용한 생산시스템 최적화와 자동화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러한 한국의 제조기술 노하우를 차세대 항공기 생산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보잉과 한국의 인연은 1950년 대한국민항공(현 대한항공)이 DC-3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한국 공군이 F-51D 머스탱 전투기로 첫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한미 군사협력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1973년 대한항공이 보잉 747을 도입해 장거리 국제선 운영 기반을 구축한 이후 75년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