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라호텔이 APEC 정상회의 영향으로 예약된 결혼식들을 일방 취소한 가운데, 여야 간 정부 개입 여부를 놓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호텔 측은 논란 수습을 위해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놨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확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는 해당 호텔에 웨딩 취소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발언 이전에 이런 기본 사실을 우리 정부에 정확히 확인한 뒤 발언하길 바란다"며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라호텔은 지난달 일부 웨딩 예약 고객들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되어 부득이 예약 변경을 안내드린다"는 내용으로 예식 일정 취소를 일방 통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호텔 측은 취소된 고객들에게 희망하는 날짜로 일정을 재조정해주고 식음료·시설 이용료 등 웨딩 비용 전체를 호텔이 부담하겠다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신라호텔 웨딩 비용은 1억~2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해명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신라호텔은 웨딩 한 건당 1억6000만원의 예식 비용을 전체 배상해준다고 한다. 수십 건의 웨딩이 취소됐으니 신라호텔 손실이 최소 수십억원이라는 이야기"라고 재반박했다.
그는 "정부 요청도 없었는데 신라호텔이 수십억원의 회사 손실을 감수하며 웨딩 수십 건을 무더기 취소할 수 있겠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또한 "신라호텔이 정부 요청 없이 국제행사 일정을 어떻게 사전에 파악하고 웨딩을 취소했다는 말이냐"라며 "도저히 민간기업의 정상적 영리 활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을 희생시킨 친중 굴종"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신라호텔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숙박을 위해, 오래전부터 예약된 수많은 웨딩을 일괄 취소한 사건은 결코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혼례마저 중국 주석의 편의를 위해 희생당하는 나라, 이것이 주권국가의 모습이냐"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호텔이 웨딩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호텔신라가 브랜드 가치와 고객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국가 행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예식 일정이 조정된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개별 고객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지원 관련 세부 내용은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